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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푸르른 숲속에서 해맑게 뛰노는 아이들 / (우)반려동물이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에 삽입된 장면(출처=챗GPT) © 특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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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AI 기술이 예술의 영역까지 깊숙이 파고들면서, 혁신적인 창작 가능성과 함께 심각한 저작권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텍스트만으로 놀라운 수준의 이미지를 구현하는 오픈AI 챗GPT는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창작 경험을 선사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최근 '지브리풍' 이미지 무단 생성 사례가 확산되면서 저작권 침해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챗GPT를 이용해 생성한 '지브리풍' 이미지들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일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지브리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용자들은 챗GPT에 "지브리 애니메이션 스타일로 [특정 장면이나 캐릭터]"와 같은 프롬프트를 입력하여, 마치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에서 튀어나온 듯한 아름다운 그림들을 손쉽게 만들어내고 공유하고 있다.
마치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그림들이 챗GPT를 통해 손쉽게 만들어지고 공유되면서, 원작자의 권리 침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본 기사에서는 챗GPT 이미지 생성의 기술적 원리부터 '지브리풍' 이미지 논란의 핵심 쟁점, 국내외 AI 저작권 관련 법규 및 논의 동향, 그리고 창작의 자유와 저작권 보호 사이의 균형점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AI 시대 저작권 문제의 복잡성과 미래 과제를 조명한다.
챗GPT 이미지 생성 메커니즘과 '지브리풍' 논란의 씨앗
챗GPT와 같은 AI 이미지 생성 모델은 방대한 이미지 데이터를 학습하여 사용자가 입력한 텍스트 프롬프트에 맞는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한다. 이 과정에서 AI는 이미지들의 스타일, 구도, 캐릭터 특징 등을 습득하고 이를 바탕으로 결과물을 생성한다.
'지브리풍' 이미지 생성의 경우, 챗GPT는 지브리 스튜디오의 다양한 애니메이션 작품들을 학습 데이터로 활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사용자가 명시적으로 "지브리 스타일"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특정 장면이나 캐릭터를 묘사하는 키워드만으로도 AI는 학습된 지브리 작품의 고유한 분위기와 특징을 반영한 이미지를 생성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AI가 학습 과정에서 특정 지브리 작품의 이미지를 과도하게 학습하여, 생성된 이미지가 원저작물의 '복제물' 또는 '2차적 저작물'로 인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AI 이미지 생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저작권 침해 가능성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논의될 수 있다. 첫째, AI 학습 데이터로서의 저작물 이용의 적법성 문제이다. 현행 저작권법상 '공정한 이용' 또는 '정보 분석'과 같은 예외 규정이 존재하지만, AI 학습을 이러한 범위 내로 해석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명확한 법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만약 학습 과정 자체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면, AI 모델 기반으로 생성된 결과물 역시 저작권법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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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생성된 이미지의 저작권성 및 원저작물과의 실질적 유사성 문제이다. 현재까지는 '인간의 창작적인 노력'을 저작권 발생의 핵심 요건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므로, AI가 독자적으로 생성한 이미지에 대해서는 저작권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하지만, 생성된 이미지가 기존 저작물과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원저작물의 저작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지브리풍' 이미지의 경우, 단순한 스타일 모방을 넘어 캐릭터 디자인, 배경 묘사, 색감, 연출 등 지브리 작품의 독창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차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 vs "저작권 침해가 맞다"
"AI 창작은 새로운 예술 형태이며,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는 찬성 입장과 "AI 창작물은 원저작물의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반대 입장이 사용자들 사이에서 분분하다.
"AI는 단순한 도구일 뿐이다. 포토샵이나 카메라처럼 AI도 창작을 돕는 도구이며, 최종 결과물은 사용자의 창작 의도에 따라 달라진다.", "직접적인 저작권 침해는 아니다. AI가 특정 작품을 그대로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스타일 학습으로 새로운 결과물을 생성하기에 기존 저작물을 직접적으로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 "새로운 창작 가능성을 열어준다. AI를 통해 예술의 접근성이 높아지고, 더 많은 사람이 창작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스타일에는 저작권이 없다. 저작권은 특정한 작품에 적용되지만 특정 스타일 자체는 보호 대상이 아니므로 AI가 유사한 분위기의 그림을 생성하는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 등의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라는 사용자들의 의견이 있다.
반면, "저작권 침해가 맞다"는 반대 입장에서는 "AI는 원저작자의 허락 없이 학습한다. AI가 학습하는 데이터셋에는 원저작자의 허락 없이 사용된 작품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무단 사용에 해당할 수 있다.", "스타일 모방도 창작자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 특정 작가의 독창적인 표현 방식을 AI를 통해 무단으로 복제된다면, 창작자의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 "상업적 활용 시 문제 발생이 가능하다. 개인적인 용도로 AI 그림을 사용하는 것은 괜찮을 수 있지만, 이를 상업적으로 활용할 경우 원저작자의 이익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 "원작자의 창작 동기가 저하된다. AI가 특정 작가의 스타일을 모방하여 대량의 창작물을 생산하면, 오리지널 창작자의 작업이 평가절하될 위험이 있다." 등 찬성과 반대 의견이 분분하다.
'지브리 쇼크'의 핵심 쟁점... 스타일 모방, 상업적 이용, 개발사 책임
챗GPT를 이용한 '지브리풍' 이미지 생성 논란은 AI 저작권 문제의 핵심적인 쟁점들을 첨예하게 드러낸다.
먼저, 스타일 모방에 따른 저작권 침해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저작권법은 아이디어가 아닌 구체적인 '표현 형식'을 보호한다. 따라서 특정 예술가의 화풍이나 스튜디오의 스타일 자체는 원칙적으로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지브리풍' 이미지 생성의 경우, 단순히 분위기나 색감을 모방한 수준인지, 아니면 지브리 작품 특유의 독창적인 캐릭터 비율, 배경 디테일, 연출 기법 등 구체적인 표현 요소들을 차용했는지에 대한 면밀한 판단이 요구된다. 만약 AI가 생성한 이미지가 지브리 작품의 독창적인 표현 요소를 상당 부분 포함하고 있다면, 이는 저작권 침해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한다.
두번째는 AI 생성 이미지의 상업적 활용에 대한 법적 문제가 야기되는지가 문제이다. 챗GPT를 통해 생성된 '지브리풍' 이미지에 저작권 침해 소지가 인정될 경우, 이를 상업적인 목적으로 이용하는 행위는 법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개인적인 감상이나 비영리적인 공유는 저작권법상 예외로 인정될 수 있지만, 해당 이미지를 활용하여 상품을 제작하거나 광고에 사용하는 등 영리 활동을 펼칠 경우, 원작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번째는 AI 모델 개발사의 책임이 어디까지인지가 문제이다. AI 이미지 생성 모델 개발사의 저작권 침해 책임 범위 또한 중요한 논의 대상이다. AI 개발사는 AI 모델 학습에 사용되는 데이터의 저작권 문제를 철저히 검토하고, 저작권 침해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만약 AI 모델 자체가 저작권 침해 가능성이 높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되었고, 그 결과 생성된 이미지가 원저작물의 저작권을 침해한다면, 개발사 역시 법적 책임을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 AI 저작권 논의 현황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우려
AI 저작권 문제는 국내외적으로 활발한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 명확한 법적 기준이 확립되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저작권법은 인간의 창작물을 저작물로 규정하고 있어, AI 자체 생성물에 대한 저작권 인정 여부는 아직까지 불투명하다. 국회에서도 관련 논의가 시작되었으나, 구체적인 입법 움직임은 아직 미미하다. 해외 역시 미국 저작권청은 AI 독립 생성물에 대한 저작권 불인정 입장을 밝혔고, EU는 AI 학습 데이터 이용에 대한 예외 규정을 마련했지만 해석의 여지가 남아있다.
이러한 가운데, '지브리 스튜디오의 아버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AI가 애니메이션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지속적으로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 왔다. 그는 AI가 만든 애니메이션을 "생명 그 자체에 대한 모욕"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AI가 인간의 창의성을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의 아들이자 지브리 스튜디오의 매니징 디렉터인 미야자키 고로 역시 AI의 잠재적인 위험성을 경계하면서도, AI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같은 작품을 탄생시킨 아버지의 창의력을 따라잡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거장 감독 부자의 잇따른 비판은 AI 기술이 예술 창작 영역에 던지는 윤리적 고민과 함께 저작권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있다.
창작의 자유와 저작권 보호의 조화... AI 시대의 과제
AI 이미지 생성 기술은 창작의 장벽을 낮추고 새로운 표현 방식을 제시하는 혁신적인 도구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동시에 기존 저작권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창작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간과할 수 없다. AI 시대의 저작권 제도는 창작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원작자의 정당한 권리를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섬세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AI 학습 데이터 이용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 마련, AI 생성물의 저작권 귀속 및 이용 규제, 저작권 침해 탐지 및 예방 기술 개발, 그리고 창작자와 AI 개발사 간의 상생 협력 모델 구축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AI 학습 데이터 이용에 대한 '옵트 아웃(opt-out)' 권리 보장이나 저작권자에 대한 합당한 보상 메커니즘 마련 등이 중요한 논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AI 생성물의 상업적 이용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제시와 함께, 저작권 침해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법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AI와 저작권, 공존을 위한 지혜로운 모색
챗GPT발 '지브리 쇼크'는 AI 기술과 저작권 제도가 충돌하며 야기된 현재진행형의 논쟁이다. AI는 분명 새로운 창작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지만, 기존 저작권 질서를 흔들고 원작자의 창작 의욕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존재한다.
AI 시대의 저작권 문제는 단순히 기술적인 해법을 넘어, 사회적 합의와 윤리적 고민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복잡한 과제이다. 창작의 자유와 저작권 보호라는 두 가지 가치가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도록, 지혜로운 해법을 모색해 나가는 것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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